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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작은 신의 아이들

작은신의아이들_ 김단의 캐릭터 붕괴? (김집사vs주하민)

(대놓고) 예고한대로 작은신의아이들 13회에서 ' 천국의 문 ' 사건에 관한 진실이 드러났다. 천국의 문 복지원에서 사이비교주 행세를 하던 왕목사와 아이들을 학대하고 착취한 백도규 원장에 관한 악행을 적은 편지를 김단의 친모가 학교를 다니면서 유일하게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어린 하민이를 통해 국한주 검사에게 전달했다.

당시, 지지율 차이가 근소하던 여당측 대통령 후보는 내연녀 스캔들로 위험한 상태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당시 국한주 검사는 ' 천국의 문 ' 을 이용해 스캔들을 덮으려 하였다. 고발 편지를 빌미로 백도규 원장과 왕목사를 협박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신도들에게 청산가리를 탄 포도주스를 마시게 한 뒤, 집단자살 사건처럼 꾸미기로 한 것이다.


김집사(=단이아빠) 역시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딸을 구하기 위해 천국의 문에 입단했으나 결국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아이들을 폭행하고 신도들을 감시하며 탈출하려는 자는 죽이고 집단자살을 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해 31명의 사람들을 죽이는 공범자가 되었다.

김집사는 사건을 목격한 어린 단이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김단 친모의 부탁과 김집사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단이를 자신의 딸로 생각해 키우기로 결심하고 천국의 문 진실이 담긴 비디오테잎을 훔쳐 단이와 함께 탈출했다.


죽은 김집사를 통해 천국의 문 사건을 모두 알게 된 김단에 대해서 엇갈리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본인에게는 소중한 아빠지만 하늘의 군사로 불리는 살인마였다.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진 부녀사이가 돈독하고 어린시절부터 딸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김집사는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상처는 보답받을 길이 없는 살인마 일뿐.

또한 친모의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아빠와 보낸 시간이 인생의 대부분이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친모를 죽음에 이르는 것에 김집사가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모에 대한 슬픔이나 김집사에 대한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에 시청자들은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어린 단이를 버린줄 알았던 친모가 사실은 단이의 사주를 고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찾아 보던 중 마지막으로 천국의 문가서 목사에게 도움을 받으려 간 것이었고 복지원이 정상적인 곳이 아님을 알자 탈출을 시도한 것도 단이 엄마였다.  아무리 엄마에 대한 기억이나 애정이 없다지만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으로 설정된 단이에게 다소 냉정해 보이는 대목이다.

아빠가 죽고 찾아가 보라 한 곳 역시 어릴 때 살았던 외할머니댁으로 아무리 오랜기간 왕래가 없고 김단이 제정신이 아니라도 완전 남남 보는 듯한 냉기 쌩쌩한 쿨한 태도였고 왕목사의 지령을 받은 요셉이 김단을 죽이기 위해 외할머니댁에 방화를 저지르고 가까스로 살아 나오고 나서도 할머니를 그냥 내버려 두고 가는 혈욱에 대한 단이의 태도는 쿨하다 못해 차가워 보일 정도이다. 


죽은 자의 귀신을 보면서 감정 이입을 잘하며 더구나 가족이라 하더라도 항상 정의를 외치는 김단에게 이런 이중적 태도는 보는 시청자들로서는 약간의 반발심을 들게 한다. 김집사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사람을 죽이고 집단독살에 가담한 것은 분명 단죄받을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딸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김집사는 판단력을 상실한 사람도 아니고 성인으로서 선택할 수 있음에도 그는 악인이 되기로 했기에 아직 어려서 무조건적인 약자인 주하민과의 선택의 입장차이는 있었기 때문이다.



단이의 캐릭터가 이상해진거 아닌가 라고 느끼는 것은 김집사와 주하민을보는 시각의 차이에 있는 것 같다. 김집사와 주하민 둘다 어쩔 수 없는 강요된 선택을 받은 자이나 김집사는 악행을 저지르고도 김단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아있지만 주하민은 김단에게 끝까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상구나 김집사를 죽게 만들고 3인방을 위해 더러운 짓을 한 현재진행형의 악인일지언정 주하민의 단 한줌의 행복도 없던 어린시절 유일한 희망이었던 별이를 찾아 살아왔고 자신을 도구로 이용하려는 3인방 외엔 가족, 친구, 연인 그 누구도 마음을 나눌 사람 없이 자랐고 설렁 자신이 죽더라도 누구하나 그를 위해 울어줄 사람 조차 없는 외롭고 가여운 사람이다. 


좋아합니다. 제가.... 여자로서

복지원 시절의 주하민이 김단을 아낀 마음이나 자신의 목숨따윈 언제 버려도 좋은 사람이면서 김단을 살리기 위해 김집사를 죽여야 하는 선택을 했고 그로인해 김단에게 용서를 바랄 수 없는 입장이 되어버려도 그녀를 위해서만 사는 가슴 절절한 로맨스를 드라마 내내 차곡차곡 잘 다져놓았고 시청자는 주하민이라는 캐릭터에 빠져 버렸다.

그러나 김단은 모든 것을 아는 고결한 신이 아닌 한 인간일 뿐이다. 알게 된지 얼마 안 된 직장동료와 자신의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빠가 비록 죄인인들 그녀에겐 주하민은 이제 범죄자가 되었고 아빠는 죽음으로서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김단에게 있어 아빠는 자신의 전부였고, 그런 아빠를 죽인 주하민을 김단이 이해하고 보듬어야 할 필요가 있을가?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는 김단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고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이 드라마가 언제나 예측대로 흘러가지는 않아 주하민을 또 이해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