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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OTARU

오타루여행03 #키타이치 카페 #오타루운하 #영화 러브레터

점심을 먹은 후 오타루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카페를 가보고 싶어 해서 찾아간 키타이치 카페. 오르골당을 지나가면 보이는 회색벽돌에 키타이치(北一)라고 크게 쓰여있는 눈에 띄는 건물 내에 있다. 유리공예 제품과 오르골도 전시되어 있어 카페에 들릴 겸 겸사겸사 구경할 수도 있는 곳이다.

 

벽돌로 된 건물 내부는 긴 복도로 이어져있는데 건물내부는 낮인데도 어두워서 벽에 가스등이 밝혀져 있다. 유럽의 감옥같은 느낌? ㅋㅋㅋ

 

 

192~30대처럼 카페 내는 무척 어두웠고 오직 가스램프로 밝히고 있었다. 입구에서 주문하면 카운터에서 나온 메뉴를 가져다 먹는데 음료나 디저트외에도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다. 

 

중세시대 귀족의 성에 있을법한 목조지붕엔 가스등으로 된 샹들리에가 걸려있고

 

밝지 않은 가스등에 전체적으로 어둡고 조용하고 고즈넉한 엔틱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기 좋았다. 여기의 음악은 기억나지 않지만 LP판의 재즈음악까지 곁들인다면 넘나 완벽한 내가 사랑하는 분위기

 

키타이치를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매주 월 ~ 금요일 오후 2시에서 4시 반까지 무료로 피아노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미리 알아보고 갔던 터라 오후 3시쯤 도착해서 샹들리에가 있는 카페의 연주를 기대했었다.

특히 신랑이 클래식 연주를 좋아하는 나에게 피아노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서 되돌아 가면서까지 온 곳인데 왜 우리가 간 날엔 연주가 없었던 거시야...

 

주문한 밀크티 아이스크림. 가격에 비해선 양도 적고 맛도 특별한 것도 아니었고 가스냄새 때문인지 오래 앉아 있을 순 없었지만 일본에서 한국에선 볼 수 없는 데다 취향저격의 만족스러웠다. 카페로서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타루에 들린다면 <키타이치 카페>는 분위기 하나로 가 볼 만한 곳이었다.  추천 ★

 

 

무민과 일본 전통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 일본인들은 무민과 디즈니를 사랑하는 듯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가 바로 오타루. 일본 문화 개방이 막 이루어진 90년대 말 고교시절에 처음으로 본 일본 영화로. 비슷한 시대를 살던 지금의 30대에겐 90년대 아날로그 필름 느낌에 순수한 두 이츠키의 러브스토리는 아련하게 가슴에 남는 그런 영화였다. 

여행 전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고 남들이 찾아가지 않는 장소를 가봐야지 했었다

 

남편이 구글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 중에 

 

파워등산 11111111

우리는 이 언덕을 보는 순간 즉시 포기하고 플랜 B를 찾았어야 했다 그래야만 했었다. 망했다 ㅋㅋㅋㅋㅋㅋ

 

 

한겨울이면 스키 타고 다녀야 할 것 같은 버스도 안 다니는 경사진 시골 언덕배기 마을을 온몸은 땀에 쩔고 허리랑 다리가 후들후들한데 몇 키로나 되는 곳을 걸어 올라가는 미친 짓을 하고야 말았다... 

모 블로그에 가이드에 소개되지 않은 시원한 바다와 러브레터의 촬영 장소를 소개하는 글을 내가 보지만 않았어도 이 고생을 안 하는 건데... 무거운 DSLR을 들고 무릎이 좋지 않은 신랑에게 너무너무너너넘 미안했다 ㅠㅠ

 

7월 초 한창 예쁘게 핀 수국. 어릴 때부터 수국을 좋아하는데 오타루엔 수국이 많이도 피어있었다. 

 

언덕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와 항구가 아름답지 않냐며 손짓 발짓해가며 여행 와서는 이런 풍경을 봐야 한다며 입에 침 바르고 쇼하는 나를 어이없게 바라보던 신랑의 눈빛 (솔직히 나도 개 힘들어서 그냥 내려가고 싶었다 ㅜㅜ )

 

오타루에서 만난 카리스마 길냥이. 외지인인 우릴 쓱 쳐다보더니 다시 지할일(낮잠) 자더라...

 

 

일본의 단독주택가 옆에 담쟁이덩굴 벽이 있는 1912년 오타루의 대표적인 실업가 스하라가 지은 목조주택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지만 이곳이 영화 러브레터의 남자 이츠키의 집이다. (영화에서 아주 잠깐 실내에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식 정원과 연못이 있으며 아래쪽에서 오타루항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고등학생 때 본 러브레터 속 남자 주인공이 멋있어서 좋아해서 왔는데 고생한 보람에 비해서 볼 게 없어서 억울했다. 첫 방문이라면 여자 이츠키가 나오던 가이드에 소개되던 오타루의 옛 일본은행이나 시청을 찾아가 보는 것이 볼 것도 많고 도보로 편하게 관광할 수 있다. 

이곳은 최소 2번째 이상 오타루를 방문하는 사람이 스이텐구 신사도 찾아가 볼 겸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지나가는 길에 둘러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점집 같은 가게인데 일본의 유명 연예인들과 아베스키도 여기서 점 봤다고 인증샷 찍은 거 걸어 놨더라 ..-_-^

 

오타루 운하를 가는 길

 

 

잔뜩 흐린 하늘의 늦은 오후의 오타루 운하

 

겨울연가로 <남이섬>을 찾는 것처럼 <러브레터>의 감동으로 찾은 오타루 운하. 오랜 세월을 간직한 항구의 창고들은 카페와 운치 있는 뷰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바뀌었다. 

흐린 날씨의 한낮의 오타루 운하는 직접본 다면 실망할 수 있다. 나 역시도 특별한 감동은 없었던 듯... 운하 주변의 가스등이 켜지고 흰 눈이 쌓인 겨울의 오타루 운하를 본다면 다를 수 있겠지만 노력에 비해 오타루 운하의 풍경은 그다지 볼 것 없다. 기대는 갖지말고 스쳐지나는 정도로 보아도 충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오타루 운하에서는 운하 크루즈를 운영하는데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하며 40여분 정도 설명을 들으며 뱃길을 떠다닐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선착장에 갔을 땐 시간이 늦어 마감해서 가보지 못했다.

 

가까이에서 운하를 보며 힘들었던 여행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사진도 찍고 풍경도 감상하면서 잠깐 여유시간을 가졌다. 

 

 

슬슬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이라 삿포로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오타루 역으로 가는 길. 목말라서 편의점에 들러 우리나라의 밀키스처럼 보이는 음료를 마셨는데 탄산이 없어서 인지 밍밍한 맛

 

구국철 _ 테미야선

1884년 개통해 홋카이도 최초의 기차 노선으로 수산물과 석탄을 나르던 테미야선은 1985년 폐선했다. 옛 철길과 폐역이 된 이로나이 역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현재는 오타루의 산책로이자 포토 스폿으로 유명하다.

테미야선을 지나 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기념품숍을 지나 오타루 역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랑의 최애(?)만화 중 하나인 <슬램덩크>

실제 배경지는 도쿄 근교의 가마쿠라/에노덴이지만 오타루에서도 비슷한(?) 곳이 있다 하여 최후의 체력을 쥐어 짜내어 구글 지도를 보며 갔는데

인간은 후회하면서 같은 짓을 반복한다라는 교훈을 얻게 해 주었지 ..

 

 하늘이 왜 파랗냐고 묻는다면 파.워.보.정

언덕을 오르는 보이는 철길 (소음 때문에 주변 집값 안 오르겠다고 생각하면 한국 부동산에 찌든 어른이?)

 

영화 <러브레터>  中
파워등산 222222

 

러브레터에 나온 오타루의 풍경을 보기 위해 갔던 곳으로 사실 관광지와는 떨어진 평범한 오타루 산동네. 오르막길이 제법 높고 사진 찍은 곳은 계속해서 차들이 지나가는 도로라 조심하지 않으면 이승탈출이 될 수 있어서 차가 없을 때 후다닥 찍었다.  오타루에서 운동 제대로 했다 -_-)

 

 

오타루역에 가기 전 산가쿠 시장도 가려했으나 점심까지만 영업한다는 걸 몰라서 문 닫힌 쓸쓸한 시장만 보았다.^_ ㅠ 오타루는 낮이 짧고 겨울이 길어서인지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아 오후 6시인데도 황량한 거리

 

오타루 역으로 가는 길. 오타루의 번화가로 역 맞은편 흰색의 큰 건물이 돈키호테

 

JR오타루역

오타루 역과 중앙버스터미널이 함께 있어 버스나 기차를 선택해 삿포로로 이동할 수 있다. 버스터미널이 예전 우리나라 80년대 시외버스 터미널 혹은 읍내에 있을법한 낡은 터미널.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가는 쾌속 에어포트 티켓을 사고

 

오타루 JR역

 

삿포로행 기차를 기다리며 오타루 여행을 마무리. 

러브레터의 다른 촬영지도 더 가보고 싶었고 청어 소바도 먹고 싶었는데 다하지 못했던 오타루 여행. 여행자의 촉박한 시간은 언제나 근교 여행에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