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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이 영화 어때?

영화 <검은사제들> : 한국적 엑소시즘과 다크히어로의 등장 (feat. 강동원)



김윤석과 강동원 주연의  영화 <검은사제들> 사실 강동원이 사제복을 입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만했던 (꽃미남 사제, 사제복, 엑소시즘 등등 본격 덕후저격) 영화였던터라 개봉일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영화였다.  검은사제들은 악마에게 빙의된 소녀 박소담(영신)을 구하기 위해 김윤석(김신부)와 김신부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그를 돕는 보조사제 강동원(최부제) 두 사제의 엑소시즘을 다루는 영화이다. 한국에서 엑소시스트라는 생소한 장르 영화로 검은사제들의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이미 제 13회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절대악몽> 최우수상을 수상한 12번째 보조사제가 원작으로  검은사제들은 첫 장편 데뷔 작품이라고 한다.



토요일은 비도 추적추적 내리던 날씨 . 추리, 스릴러 영화를 상당히 좋아하지만 ' 귀신 ' 이나 ' 악마 ' 와 같은 초자연적인 사악한 존재가 나오는 영화를 무서워하는 유리심장인데다 앞으로 연기파 배우로 기대되는 영신 역 박소담의 악마에 빙의된 소름끼치는 연기로 그 날 하루 종일 귓가에 강동원과 박소담이 읖조리는 기도문과 악마의 목소리 연기가 맴돌아서 꽤나 충격적인 영화였다.







한국형 엑소시즘을 다루는 영화라 함은 보통 ' 굿 ' 을 동반한 토테미즘 신앙을 내세우는데 검은사제들은 카톨릭의 <구마의식>으로 악마를 퇴치한다는 지극히 서양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무당이 나와서 굿을 하는 장면이거나 구마의식에 필요한 보조사제를 뽑는 조건 중 하나로 ' 범띠 ' 를 뽑는다는 등의 한국적 토테미즘 신앙을 드러내어 독특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엑소시즘 영화로 볼 수 있다.







김신부 (베드로) 역할로 나오는 김윤석 특유의 툭 던지는 듯한 말투에 약간은 무신경하고 까칠해 보이는 성격으로 악마와 같은 일반인에게 미신이라도 불릴만한 것들은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해와 비웃음을 당할지언정 사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엑소시스트이자 최부제의 멘토.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평범한 신부이기 보다는 별 볼일 없는 아저씨 같아 보이지만 악마로부터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깊은 휴머니즘을 가진 신부님 연기를 보여주는데 뻔하지 않는 캐릭터라 흥미로웠고 연기력은 말하기 입아프다.



난 사실 김윤석 배우에 관심도 없었던 사람인데 낡고 어두컴컴한 여관방에서 담배연기에 휩싸인 온 몸에 매독이 퍼진 것처럼 썩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등을 잡아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섹시하게 느껴졌다.









검은사제들은 강동원으로 시작해서 강동원으로 끝나는 영화로 아마도 감독은 강동원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쓴 것이 틀림없다. 강동원이 맡은 최부제는 어린시절 개에게 물려 죽은 여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신부가 되었지만 적성에 맞지않아 맨날 뺀질거리는 불량스런 신학대 학생으로 나온다.



작년 여름 개봉한 <군도>가 강동원의 조선판 화보였다면 검은사제는 사제복을 입고 수단 자락을 휘날리며 걷는 강동원, 기도하는 강동원, 중국어, 라틴어, 영어하는 강동원, 물에 빠진 강동원, 도망치는 강동원, 그리고 구마의식 중 유황연기에 둘러싸여 걷는 강동원(오글거림 주의)으로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는데 더 이상 설명해서 무엇하리오 극장으로 가길 바란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게 몰입해서 볼 수 있지만 결과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스토리이다.  초반에 김신부와 만나기 전까지의 과정설명이 다소 루즈했고 흔한 클라셰같은 주인공의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일에서 도망치지만 결국 돌아와 문제를 해결하는 다크히어로 (ex. 다크나이트의 배트맨 )를 떠올리게 한다. 영신의 몸에서 끌어낸 악마를 물에 던져 봉인 하는 임무를 맡은 최부제는 악마와 함께 물에 뛰어드는데  이때 강에서 나온 최부제는 검은사제의 각성된 얼굴로 나타나는 마지막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검은사제들에서 특히 심혈을 귀울인 부분은 바로 <구마의식>을 진행하는 장면일 것이다.  구마의식은 카톨릭에서 악마를 퇴치하는 의식으로 구마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방에서는 쥐와 바퀴벌레가 쏟아져 나오가 구마의식을 진행하는 신부의 피부가 썩어 들어가며 악마에 빙의된 영신의 입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하며 몸은 시체처럼 썩어가고 최부제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마음을 흔드는 악마의 속삭임과 끔찍한 얼굴로 퍼붓는 저주의 말들 그리고 유황연기를 피우며 프란치스코의 종을 들고 걸어오는 강동원의 모습은 지나치게 판타지스럽지 않게 페이스를 조절하면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구마의식이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로 무섭게 제대로 만들었다.








하지만 악마로 인해 최부제에게 닥치는 위험 (갑자기 머리 위로 화분이 떨어지는 것 ) 등이나 악마의 존재를 모르는 인간세상 (밝은 거리)과 그와 대비되는 검은사제들의 어두운 골목길, 악마를 끌어내고 봉인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질질 끄는 등의 연출은 다소 식상했고 최부제의 트라우마나 김신부와 최부제의 만남의 개연성이 부족으로 인해 재미는 있지만 뭔가 아쉽고 뒷심이 약한 영화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개연성은 강동원이 개연성인 나에게 특별한 불만은 없다.








검은사제들의 신의 한수를 꼽자면 강동원도 있겠지만 바로 박소담양을 영신 역으로 캐스팅한 것이다.  낯선 이름에 신인여배우인가 라고 생각들지만 이미 수 많은 영화의 다양한 배역을 소화한 탄탄한 연기를 갖춘 여배우이다.  엑소시즘 영화인만큼 악마에 빙의된 영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는데 발연기로 비명을 지르기만 하는 역할이었다면 아마도 검은사제들은 엄청난 혹평이 쏟아졌을 것이며 나는 영화 내내 짜증과 불만이 솟구쳤을 것이다.



하지만 강동원의 영상화보로 일컫는 검은사제들에서 기억에 남았던 박소담의 연기는 김신부에게 속삭이듯 하는 말들이나 구마의식 중 일어나서 김윤석에게 내뱉는 저주의 예언과 강동원을 향해 어서 도망가라며 웃는 장면은 보통 연기 내공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사제들 이후에 박소담의 이름이 걸린 영화가 나온다면 적어도 박소담의 연기는 믿고 볼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영화 검은사제들은 주연 배우들이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미친듯이 잘 소화했기에 연출과 시나리오의 2%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느끼지 못할 만큼 재미있었다.








구마의식 중 악마에 씌인 영신이 김신부에게 ' 너는 4년 뒤 감옥에서 죽을 것이며, 너의 여동생의 임신한 아이는 눈알이 뽑힐 것이다 ' 라는 저주를 퍼부었고 , 물에서 나온 최부제가 보조사제에서 본격 엑소시스트로 각성한 모습이 등장은 아마도 속편을 예고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여 각성한 최부제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