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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이 영화 어때?

셜록 : 유령신부 _ 영드 셜록팬을 위한 취향저격 선물


<셜록 : 유령신부>는 우리나라의 셜록팬의 지지를 받으며 개봉 첫 주 예매 1위에 오르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역시 덕후들의 힘) 하지만 개봉 후엔 리뷰와 언론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는데 그 이유가영드 셜록을 보지 않은 관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라는 이유에서 이다. 사실 이는 우리나라의 셜록 홍보 담당자의 전적인 문제(언론의 문제도 있지만)로 마치 영드 셜록의 캐릭터를 가져와서 만든 새로운 스토리의 한 편의 영화인 것처럼 홍보가 되었는데 사실 BBC에서 셜록팬을 위해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드라마 시즌3와 시즌4를 잇는 브릿지 같은 역할을 하는 스페셜 드라마 이기 때문이다.

영화 못지 않은 뛰어난 영상 퀄리티와 배우들의 연기, 연출이 돋보이지만 영드 셜록과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드라마 셜록을 보지 않은 관객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셜록의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대사로 자막을 눈으로 따라가기 바쁘고 뜬금없는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면서 진행되는 스토리에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건자체가 그다지 정교한 추리를 요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지루해 질 수 밖에 .... (마른세수)

하지만 셜록을 본 팬들이라면 셜록의 각 시즌별 장면이나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원작의 스토리를 오마주한 소품과 스토리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셜록 최대의 숙적 모리어티의 귀환을 알리고 끝난 시즌3의 의문과 2017년 방송 예정인 시즌4에 등장하는 모리아티의 정체를 추측할 수 있는 은혜로운(?) 드라마인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의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베네딕트 컴버비치와 마틴 프리먼이 연기하는 셜록과 왓슨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소설에서 묘사된 셜록의 모습(사냥용 모자, 케이프코트, 파이프 담배)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드라마 의상팀과 소품팀 인테리어팀에게 리스펙트 v( ̄Д ̄)v ブイッ






유령신부에서는 특히나 원작에 등장하는 인테리어와 소품을 완벽하게 재연했는데 현대판 셜록에서는 금연패치를 붙이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소설 셜록홈즈에서 셜록은 대단한 골초로 등장하며 정리정돈을 하지 않는 성격으로 유령신부에서 셜록이 레스트레이드에게서 유령신부 사건을 들으며 슬리퍼에 담배재를 털어 넣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밖에도 라이헨바프의 폭포 그림, 메모지를 나이프로 꽂아 둔다던가 해골그림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거울 보는 여자의 그림, 오렌지 씨앗 5개와 같은 소설 원작에 등장하는 배경과 <라임하우스> <아이린 애들러>처럼 현대판 셜록에 등장하는 사건과 인물도 곳곳에 배치해 두어 과거와 현재의 셜록을 적절히 표현하였다. 원작에 대한 존중과 오마주 그리고 작가의 덕심이 훌륭히 녹아들어 있으며 이것은 셜록덕후팬들의 기대하는 바와 만족을 선사하였다.






빅토리아 시대의 셜록도 드라마에서 쓰인 셜록의 연출을 그대로 가져와 팬들은 유령신부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영안실의 시체에 채찍질을 하는 셜록과 왓슨과의 첫 만남에서 왓슨의 프로필에 관한 추리를 하는 장면이라던가 편지의 내용을 타이포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것,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내용을 화면에 띄우는 것처럼 신문기사 조각을 띄워 보여주는 모습이나 셜록의 방을 사건발생 장소로 가져와 (시즌2 1화) 셜록이 듣고 생각하는 것들을 시청자들도 함께 보면서 추리하며 따라가는 듯한 영드 셜록에서 자주 보아왔던 연출이 반가웠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유령신부에 등장하는 사건자체가 현대판 셜록에 비하면 단순하다는 정도일까? 빅토리아 시대인만큼 사건이 치밀하고 정교하진 못했을 것이며 또 자살로 죽은 에밀리에가 살아서 샷건으로 자신의 남편을 죽인 미스테리한 사건해결이 주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3에서 셜록이 보는 앞에서 모리어티는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날리고 죽었지만 배우가 직접 등장하여 MISS ME를 말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죽은 모리어티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어떠한 트릭이 있었는지를 마인드 팰리스를 통해 과거의 비슷한 사건을 해결하면서 셜록이 추리하는 것이 유령신부의 진짜 내용이다. 


셜록은 마약의 힘을 빌어 꿈 속에서 현실에 가까운 체험하면서 오직 뇌내 논리로만 사건을 해결하는데 과거 에밀리에 사건을 풀면서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리어티가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를 알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추리하는 점이 시즌3의 결말해석과 시즌4의 내용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







유령신부 사건은 비교적 간단한 트릭으로 두 개의 권총으로 하나는 입에 넣고 다른 권총으로 바닥에 쏘면서 자살하는 모습을 연출하였고 유령신부 사건을 계획한 비밀조직이 커튼에 피를 뿌리고 에밀리에와 닮은 시신을 미리 가져다 두어 바꿔치기 하여 마치 유령인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트릭이었다. 진짜 에밀리에는 이미 폐결핵으로 살아날 가망이 없었기에 남편을 죽인 뒤 자신의 순교를 희생삼아 유령신부 사건을 계획한 것 이었다.


사실 영화 시작무렵부터 여성참정권 캠페인을 말하는 메리를 통해 여성과 관련된 어떤 일이라는 것과 영안실에서 왓슨은 에밀리에의 시신을 보고 폐결핵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는 것이 연관있을 것이다 라는 말을 했으며 여자는 집안에만 있어야 했던 당시 남장을 하면서까지 부검일(에밀리에의 시신 바꿔치기를 했던 것으로 추측)을 했던 몰리가 등장하는 등의 사건의 힌트가 꾸준히 등장하였다.






다만 의문스러운 점은 ' 왜 사건의 의뢰를 셜록에게 했을까? ' 라는 점이다. 이들 비밀조직의 목적은 남편 혹은 남자들로부터 학대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권리향상과 자유를 위해 일으킨 사건이라면 굳이 셜록에게 남편의 살해를 막아달라 라는 의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유령신부 사건은 이들 비밀조직의 진짜 목적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이다. 유령신부가 남편을 죽이고 다니는 미스터리를 누가 여성의 참정권이니 권리향상과 같은 사회운동과 연관지을 수 있을까? 오히려 복수를 위해 유령이 되어 돌아왔다 라는 식의 이야기가 더 퍼지기 쉬운데 말이다. 






유령신부 사건을 일으킨 여성 비밀조직이 있는 교회에서 셜록이 트릭을 설명하는 중 신부변장을 한 모리어티가 등장하지만 다시 현대로 넘어오게 되면서 흐지부지하게 넘어간다. 빅토리아 시대에서 모리어티는 셜록의 방에 찾아와 총으로 자신이 자살하여 머리가 날아가도 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The fall (추락)이 아니라 It's landing (착륙) 이라는 말이 모리어티의 죽음과 어떤 연관되어 있는지 등에 대해 셜록은 명확한 추리나 해설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여성 비밀조직이 유령신부 사건을 연출한 것처럼 현대에서도 모리어티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비밀조직에 의해서 계획된 자살로 사회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연출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해 본다. 






애초에 모리어티가 어떠한 트릭으로 죽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은 셜록이 마지막에 ' 모리어티는 분명히 죽었다 ' 라는 말로 못 박아 두었기에 애초에 모리어티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의 거의 없을 듯 싶다.  에밀리에 사건과 연관지어 본다면 셜록은 쌍둥이설을 부인했었기에 (설마 클론???) 모리어티를 조종한 누군가가 있다는 추리가 좀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데 만약 모리어티가 죽지 않고 살았다면 살아나게 된 트릭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흥미로울 것이며 셜록 최대의 숙적 모리어티와의 새로운 대결로 이어지겠고 스페셜 드라마는 어마어마한 떡밥이었으며 나는 충격과 공포의 내가 지금 뭘 본거지의 시즌4가 되겠지.....!!!!(゜д゜ノ)ノ






영화의 마지막에 셜록과 왓슨이 이번 사건을 이야기 하면서 셜록은 왓슨에게 날아다니는 기계, 전화하는 기계 등의 미래 세계 예상을 이야기하는데 (물론 왓슨은 먼 헛소리냐고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셜록이 미래로 간건지 현대의 셜록이 마인드 팰리스를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셜록이 된건지 애매모호한 장면이다. 또한 유령신부 사건을 첫 미해결 사건으로 기록하는데 트릭은 풀었지만 아마도 그녀들을 이해했던 터라 살인사건으로 기록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 원작에서도 셜록은 측은하게 여기는 범죄자들을 종종 풀어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셜록 : 유령신부>는 지나치게 철저하게 셜록팬들을 위한 스페셜 드라마라는 점이 팬들에겐 선물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불평불만이 터질 수 밖에 없는 양극단의 수작이다. 시즌을 잇는 브릿지 역할도 좋지만 조금은 단독 스토리로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었었어도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시즌4를 기다리게 만드는 스페셜 선물인 영화로 드라마 팬들이라면 꼭 보아야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