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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Kyoto

봄 교토 벚꽃 여행 ①기요미즈데라(청수사)

봄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라면 아마도 벚꽃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벚꽃명소도 많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벚꽃을 보러 4월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오사카와 교토의 벚꽃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내내 흐린하늘과 비로 여러모로 첫 여행에서 아쉬운 벚꽃이었지만 아기자기한 교토의 골목길과 기요미즈데라의 벚꽃, 산넨자카, 니넨자카로 이어지는 교토의 벚꽃은 여행 내내 잊을 수 없는 곳 중 하나였다.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우리의 첫 여행지인 기요미즈데라(청수사)로 가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우메다역에서 한큐선을 타고 가와라마치역으로 갔다. 한국에서 블로그로 보고 왔을 땐 편도요금이 390엔이었는데 지금은 400엔 일본의 교통비도 꾸준히 오르는듯.


우메다역의 한큐라인은 현대적인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 출근하는 사람들로 바삐 오가는 우메다역과 달리 플랫폼으로 들어서면 진한 갈색의 1900년대 초의 일본 역사로 치면 메이지유신 시대 같은 엔틱한 느낌. 일본은 라피도특급열차도 그렇지만 열차에 관광지나 축제와 관련한 콜라보를 참 잘하는 것 같다.

교토행 한큐선은 1번 플랫폼에서 타며 첫 칸에 탑승해서 역무원이 사람이 타는 것을 확인하며 정차역마다 일일이 방송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일본 애니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안내하는 목소리가 성우 못지 않게 좋으셔서 신기했다.


일본 스타벅스에 와서 며칠만에 카페인 섭취를 위해 한 잔. 스타벅스에선 프라푸치노 소이밀크에 크림빼고인데 일본은 소이밀크로 바꾸려면 50엔 추가라서 패스. 그리고 크림 빼달라는 걸 말하는걸 잊어먹었다 ^_ㅠ 스트로우도 따로 카운터에 이야기 해야 받을 수 있다.


가와라마치 역에서 나와 6번 출구로 나가는 길에 있던 교토 관광안내소에서 교토 1일 버스권을 500엔에 구입한 뒤 버스 노선이 담긴 팜플랫도 함께 받았다. 교토 관광안내소에서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도 판매하고 있었다. 교토의 버스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230엔이기 때문에 최소 2번 이상 타는 일정이라면 1일 교토 버스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 부부는 기요미즈데라 - 은각사 - 니조성 - 가와라마치역 총 4번의 탑승으로 알차게 썼다. 일본의 버스는 뒷문으로 승차한 뒤, 앞문으로 내리는데 처음 버스패스를 사용할 때 기계에 넣으면 뒷면에 날짜가 찍히는데 그 이후에는 버스기사분에게 버스패스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 정류장은 대부분은 GPS로 실시간으로 버스 안내가 이루어지는데 일본은 좀 더 아날로그적인 사회랄까? 버스 노선을 아직까지 표지판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나 버스도착시간 알람도 그렇고 사람의 손을 거쳐 하는 변화에 느린 나라라는 느낌.

버스표지판은 영문표기와 주요버스노선인 100번(기요미즈데라, 은각사)엔 한국어 방송도 안내해 주고 있었기에 의외로 버스 타는 것은 쉬운 편이였다. 가와라마치역에선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버스는 207번을 타면 된다.


기요미즈데라의 라이트업 안내문


평일인 월요일에 날씨가 흐린데도도 불구하고 기요미즈데라의 벚꽃을 보기 위한 여러 나라에서 온 수 많은 관광객들과 길 옆으로 늘어선 교토의 아기자기한 기념품과 특산품 가게들. 정말 일본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혹여나 비가 올까바 서둘러 찾아간 기요미즈데라의 인왕문. 오전 시간인데도 벚꽃시즌이라 호젓하게 감상할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에서 봐오던 아름다운 벚꽃풍경 사진은 사진으로 보는 걸로 현실에선 사람구경데스.

기요미즈데라는 청수사,  清水寺로 불리며 맑은 물이 있는 절이란 의미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헤이안시대에 건축된 절이다.


기모노를 입은 커플의 귀여운 뒷모습. 기모노를 입어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저 신발을 신고 교토를 돌아다닐 자신이 없어서 포기한 허약한 30대. 그래서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 뒷모습을 몰래 찍은건 비밀(훗)


입구를 지나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고야스지 삼층탑과 벚꽃.


우리가 갔던 기간에 일본엔 비와 바람으로 벚꽃잎이 제법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본당 안으로 가는 길 절 안에 있는 석탑 위에는 벚꽃잎이 흐트려져 있었고 가지를 늘어뜨린 벚나무와 한 폭의 그림 같다.


입구 정원을 지나 입장권을 구입해 본당으로 입장. 500엔


본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엔 커다란 벚나무가 운치있어 사진찍기에 바쁜 사람들이 많았다.


기와에 제법 떨어진 꽃잎이 마냥 들뜬 마음이 아닌 어딘가 아련한 느낌이 드는 벚꽃사진. 흐린 날씨의 하얀색으로 찍힌 하늘 덕택에 인생샷을 얻은 것 같아 뜻밖에 큰 위안 (!)


기요미즈데라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적힌 에마.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것들도 있었다. 이런 것들도 물론 유료로 판매하고 있었다. 절 내부에  판매소가 있는데 하나당 500엔으로 꽤 비싼편.


삼층탑을 지나 즈이구도가 있는 정원으로 내려오면 벚꽃나무 마치 지붕처럼 덮인 정자가 자그마한 사당과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본당을 지나 제법 떨어진 벚꽃으로 푸른 잎의 나무로 변하고 있어 마치 초여름 같았다.


본당의 모습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는 길은 다양한 나무와 벚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본당 뒤쪽에 있는 사랑의 신을 모시는 지슈신사 앞에는 두 개의 바위가 있는데 눈을 감고 무사히 걸어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다리가 아파서 PASS.

사랑보단 역시 현실!


기요미즈데라의 본당지붕이 특이한데 하와다부키라고 해서 노송나무 껍질을 촘촘히 붙인 것으로 기와에 비해 내구성은 약하지만 독특한 질감과 곡선 표현에 유리해서 일본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한다.


날씨가 좋지 않아 벚꽃이 많이 떨어져 기대했던 뷰를 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쉽기도 하고 김이 빠진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교토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탁트인 풍경을 바라보니 가슴이 시원해졌다. 멀리 교토타워도 보인다. 기요미즈데라는 벚꽃시즌도 좋지만 가을의 단풍시즌때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가을에 다시 교토에 오고 싶다...(남편님아 이거 봐요 'ㅡ' ♥)


이끼낀 석등에 내려 앉은 비에 젖은 벚꽃잎


오토와노타키로 가는 길에 있는 여행자와 아이를 보호해 준다는 크고 작은 지조보살들


오토와노타키. 기요미즈라는 뜻이 맑은 물을 뜻하는 것으로 이곳에서 나오는 세 줄기의 물을 마시면 연애, 지혜, 장수를 가져다 준다고 전해지며 우리 부부는 기다란 국자같은 것을 사용해 물을 담아 손과 입에 살짝 물을 뭍혔는데 직접 마시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세 곳의 물을 모두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네요.


이끼가 끼여있는 벽과 아래에서 바라본 기요미즈데라의 무대. 초록색 이끼들덕택에 벚꽃잎이 아니라면 6월로 착각할 정도. 옛날엔 난간에서 뛰어내리고 살아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거의 80%정도 살았남았다고 하는데......살아도 온 몸의 뼈가 다 부셔지지 않았을까?

지금은 '기요미즈데라 무대에서 뛰어내린다' 라고 하면 그만큼 죽을 각오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불탑으로 올라가는 길에 찍은 깨끗한 벚꽃잎


내려오는 길에 찍은 10층 석탑.


벚꽃잎이 떨어진 길에 서 있는 여성의 기모노가 예뻐서 한 컷 도촬.


기요미즈데라를 나가는 후문길에는 사람들이 적어서 좀 더 여유롭게 걸을 수 있지만 우리는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를 거쳐 기온으로 가기로 했기에 다시 정문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