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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이 영화 어때?

영화 가려진 시간 사춘기소년 소녀의 비밀이야기

가려진 시간은 <군도> <검은사제> <검사외전> 등 영화계에서 소처럼 일해온 배우 강동원의 출연만으로 무척 기다려진 영화였다. 각 영화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던 배우 강동원은 시간이 멈춘 세계에서 마음은 10대초반 사춘기 소년에 머물러 있지만 몸은 20대 청년으로 자라 원래의 되돌아 온 성민역을 맡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 20살 차이가 나는 수린역의 신은수와 성민역의 강동원의 러브스토리를 어떻게 그릴까? 라는 점이 걱정 되었다. 개인적으로 아이유의 제재 논란처럼 로리타나 소아성애의 낌새가 보인다면 세상 거북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영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의 우려와는 달리 마치 소설 <소나기>에 나온 소년소녀 주인공처럼 순수하게 그려내었다..


엄마를 잃고 새아빠와 화노도로 전학오게 된 수린이는 '화노도 실종사건'과 관련하여 정신과 의사인 문소리에게 겪었던 일들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하며 마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처럼 나레이션이 나오지만 영화의 모든 내용은 픽션이다. 


수린의 새아빠역을 맡은 김희원 배우의 기존역할에 대한 이미지 때문인지 아이를 학대하거나 혹은 방치하는 아빠로 나오는줄 알고 맘 졸였는데 자신을 적대시하는 딸에게 비록 다정하고 자상한 성격은 아니지만 무뚝뚝하고 겉으로는 무관심해 보이는 듯한 수린과 새아빠의 거리가 있을지언정 수린이가 감당하기에 두려운 상항에서 딸을 지켜준 아버지였다.

어쩌면 누군가는 수린이가 이기적인 딸로 보였을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이라는 어린나이, 공상을 좋아하며 엄마를 잃은 슬픔을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던 수린이가 못된 아이로 생각되지 않는 이유였다.


초능력이니 유체이탈과 관련된 공상을 좋아하는 수린과 그런 수린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과 달리 수린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성민 두 사람은 엄마를 잃은 공통점과 감수성 예민한 10대들만의 유치하지만 떨리고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둘의 비밀문자와 이야기를 공유하며 가까워 진다.

영화에서 산 속에 버려진 오두막에서 둘만의 세계를 공유하며 수린에 대한 애정 비슷한 풋사랑의 감정을 품는 성민과 또래 남자아이보다 조금 더 성숙한 수린은 '나 좋아하니' 같은 당돌한 질문을 하는 두 사람을 보며 그 나이대의 감정을 간질간질하게 보여준다.


화노도라는 작은 섬의 바다와 신비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오래된 나무아래 있는 동굴이나 산 속 낡은 오두막처럼 10대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를 매개로 둘만의 스토리를 쌓아가는 점이 순수해 보였다.


초등학생이지만 비속어나 줄임말을 쓰며 대화하는 성민과 친구들을 보면 나름 조사를 많이한 듯 그 나이 친구들 사이의 관계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였다. 성민의 두 친구들 덕택에 영화보면서 웃었으니까


성민과 친구들이 가게 된 멈춰진 세계를 표현하는데에 있어서 CG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만큼 어색함 없이 잘 표현되었다. 현실에서 멈춰진 세계로 가게 되었을 때는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멈추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멈춰있는 화면을 보고 멈춰졌구나 하며 단순하게 보았지만 청년이 되어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 성민(강동원)이 깨어나면서 뱃고동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파도소리가 귀에 째질 듯이 울려되는 것을 보고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소리로 세계를 구분한 연출도 괜찮았다. 


20대의 청년으로 자란 성민과 수린은 다시 만났는데도 나이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이에 비해 야무진 수린과 몸은 자랐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성민을 챙겨주는 모습이나 두 사람만이 공유한 비밀문자에서 여전히 둘은 친구로 나왔기 때문

자신들을 가르쳐줄 어른이 없는 세상이지만 독서를 통해 세상을 잊지 않으려했고 몸과 함께 정신적인 성숙을 어느 정도 겪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성민은 여전히 12살 남자애로 남아있는 설정이 조금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수린은 겨우 며칠이 지났을 뿐이기에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오류에도 영화에서는 용인될 수 있었다. 어른이 된 성민이 지나치게 성숙했다면 이 영화는 논란만 낳았을지도 모른다.


어떤 배우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지만 강동원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함으로써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배우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외로움 속에서의 불안함과 기약없는 현실세계로의 탈출 , 친구를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갉아 먹는 내면 연기의 복잡함은 강동원의 마스크와 잘 맞아떨어져 연기면에서는 만족스러웠다. 내배우 멋져 >< 


영화가 후반부로 갈 수록 성민과 수린 두 사람의 비현실적인 일을 현실의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건은 점점 꼬여만가고 둘의 운명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줄 수 있는 열린 결말을 생각해 보았으나 감독은 완벽한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가려진 시간의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중반부의 이야기가 조금 길어져서 루즈하다는 평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깔끔한 스토리와 청량감이 느껴지는 영상이 감독의 입봉작치고는 준수했던 영화라고 생각된다. 가을에 두 소년소녀의 신비한 비밀이야기로 촉촉한 감성에 젖어드는 것도 좋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