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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이 영화 어때?

영화 판도라 _ 현실을 되짚어 보게 만드는 영화

영화 판도라는 사실 볼 예정에 없던 영화였다. 원전사고를 다룬 재난영화라는 설명에 재난발생 , 무능한 정부, 거기에 적절한 한국전 신파로 감동, 적당한 코메디를 곁들인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예상했었다. 예상한 시나리오 대로 클라쎄대로 흘러갔지만 영화 시작한지 30분여 만에 영화가 끝날때까지 울게 만들었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경기 동남권에 최근에 진도6이 넘는 지진이 발생하고 노후화 된 원전시설을 폐쇄하지 않고 그대로 가동하기로 했다는 점이 현실의 모습과 빼다 박아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욱 잔인하고 무섭운 법이다. 


영화의 시작은 원전을 터전으로 사는 마을의 어린 재혁과 친구들이 국회의사당의 지붕이 열리면 메칸더 브이가 나온다는 농담처럼 원전을 마법의 건물로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른이 되어 원전의 하청업자로 일하게 된 재혁이지만 아버지와 형을 앗아간 원전을 증오하며 언제나 도망칠 궁리를 한다. 

재혁은 한량같은 성격이지만 야무진 여자친구인 연주와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못미더운 아들에게 잔소리만 하는 엄마, 형을 잃고 어머니를 도와 식당을 운영하는 싹싹한 형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조카가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지닌 이들에게 원전사고라는 최악의 사고가 닥쳐왔다.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원전사고의 끔찍함보다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하게 만든다. 국민을 속이려 드는 청와대와 비서라인과 총리에 막혀 상황을 알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대통령. 영화에서 김명민이 연기한 강석호 대통령은 이런 대통령이 현실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만큼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를 보여준다.

사고수습을 위한다는 말로 오만한 방법이 아니라 그 어떤 이익보다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진심으로 구하고자 하기에 고개를 숙일 줄 알았던 모습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대비되는 인물로 이경영이 연기하는 총리는 원전사고가 알려질 경우 발생하게 될 혼란을 이야기하며 국민들과 언론을 속이려 하고 국민의 목숨보다는 사회의 혼란을 핑계로 대처에 소극적인 모습과 원전의 비용을 걱정하는 사고 자체에 대해서는 무능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점은 우리 사회의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 


배우 김영애가 연기한 재혁의 엄마는 우리나라의 국민들 특히 부모님들 나이대를 사실적으로 표현해서 화낼 수가 없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말,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믿으며 의심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욕하고 법 잘 지키면서 나라에서 시키는대로 말 잘듣고 고생하는게 당연했던 의심할 줄 몰랐고 별일 일어나겠냐며 의심할 줄 몰랐던 부모님들 

진짜 답답하고 짜증나는데 너무 사실적이라 욕할 수 없더라 ... 흔히들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극적인 드라마를 보여주지만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실제로 원전사고가 난다면 영화는 현실보다 충격을 축소해서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원전사고 이후 뉴스도 인터넷도 자신들의 상황이 어떤지도 알 수 없는 원전마을 주민들은 그저 정부에서 시키는대로 대피소에서 기다리는 것 밖에할 수 없던 모습에서는 방송에 따라 가만히 있었던 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사고가 심각해지자 상황을 알려달라는 주민들을 가둬놓고 그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군인들과 원전관련 관계자들에게 더한 분노와 절망감이 쏟아졌다. 


죽기를 각오하고 원전사고를 막아내는 사람들은 국민들이었다. 뻔한 결론이었다. 이미 피폭된 자신들의 몸을 방패삼아 가족을 구하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사고지역으로 뛰어든 그들의 희생은 숭고했다. 비평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너무 시시했다. 우리가 가야지 라며 누군가가 설득하고 설득에 동조하며 사고를 막기위해 지원자로 나서게 되며 마지막에 재혁이 가족을 향한 영상은 너무 작위적이여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슬펐다.

타인을 구하기 위해 위험에 뛰어드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조금도 유치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방사능 피폭으로 피를 쏟으며 내장이 녹아내리며 죽어가는 모습들 통제 불능에 빠진 국가상태를 보며 원전에 대한 안전은 지나칠 정도로 주의해도 모자람이 없으며 결국엔 탈핵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추가적인 원전 건설계획이 있을만큼 안전에 불감한 나라다.


우리나라의 현시국에 맞춰 여러가지를 떠올리며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영화 판도라.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온갖 불행이 세상에 퍼졌지만 마지막에 희망이 남았던 것처럼 오랜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민들의 의식도 점차 바뀌고 바뀐 의식의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지닌 정치가를 뽑을 것이고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희망하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