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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공연 전시 축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도발적인 후기 : 마이클리&한지상

샤롯데를 찾은건 정말 오랜만이였다. 그 동안 봤던 뮤지컬마다 블루스퀘어에서 했던터라 샤롯데에 올 일이 없었는데 신랑이  보지 못했던 뮤지컬 중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보고 싶어해서 (정확히는 겟세마네를 듣고 싶었지만 ㅋㅋ) 50%할인 이벤트에 포인트를 이용해 티켓을 저렴하게 구입하여 관람하였다. 연애 할 때는 둘다 뮤지컬을 좋아해서 열심히 보러 다녔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뮤지컬은 1년에 한 두번 정도 보는행사가 되었다 흑흑 :)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세계 4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 캣츠, 레미제라블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4대 뮤지컬에 하나를 더해서 5대 뮤지컬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거론하곤 한다. 뮤지컬 음악의 거장 앤드류 웨버가 로큰롤과 히피문화가 유행하던 20대 시절, 도발적인 제목(감히 성스러운 예수를 수퍼스타로 지칭하다니!)에 당시 기성세대에 반항하는 젊은이의 록음악으로 뮤지컬 넘버를 만들었다. 그것도 대극장 스타일로 빠빰!


예수 역에 마이클리, 유다 역에 한지상 캐스팅의 공연이었다. 예수 역의 마이클리는 마저스로 더블캐스팅 된 박은태는 은저스로 이미 팬이 많은 배우분들이라 취향에 따라 골라보면 댈 듯하다. 한지상 배우님은 지저스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배우인데 포스팅 후기에서 적을 테지만 나의 그냥 믿고 보는 배우로 모실게요^^


오랜만에 앉아보는 VIP 좌석 (감동).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커튼콜 때 동영상 및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걸 모르고 가서 알았더라면 DSLR과 삼각대라도 준비했을텐데(ㅠㅠ)  그래도 신랑이 팔 부들부들 떨면서 동영상 촬영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다행이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예수가 죽기 전 7일 동안의 일을 재구성한 뮤지컬로 이상주의자로 민중들을 불쌍히 여기면서 고뇌하는 예수와 그런 예수에게 불만을 품은 유다는 예수를 팔아 넘기지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보며 괴로워 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고 예수를 시기하고 두려워하는 제사장들. 그리고 예수에게 존경과 사랑을 느끼는 마리아. 성서를 바탕으로 기독교적인 거룩한 이야기로 생각되어서 시큰둥했던 터라 그 동안 보러 가지 않았다. 사실 요셉의 이야기를 다룬 기독교 뮤지컬을 본 적이 있었는데 ..........


 <요셉 어매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를 보던 내 모습

앤드류 웨버의 음악으로도 납득이 안되는 최악 중에 최악. 교회 유아반 성경공부 교실에서나 할 법한 기승전무지개옷의 우꽝스러운 이야기로 나에겐 끔찍했던 뮤지컬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요셉 어매이징을 본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을까?


마이클리 - 예수 역

1막에서의 예수는 뭐하나(걷거나 고뇌하는 척 하늘을 보거나 하는 정도) 할 정도로 하나님의 독자로 곧 자신이 유다의 배신으로 죽게될 것을 알게 되면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특별한 뮤지컬 넘버나 스토리 연기는 눈에 띄지 않는 편이라 주인공이 예수 맞나 할 정도. 오히려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예수를 이해할 수 없는 혁명가로 이 세상에 남기를 바라는 유다의 찢어질 듯한 록 싱어의 노래와 예수를 따르는 민중을 히피로 연출한 앙상블이 더 인상적이였다.

2막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최고의 넘버인 <겟세마네>를 부르게 되는데 마이클리는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소프라노의 절규하듯 부르는 스타일로 " 내가 왜 죽어야 하는 ㅅㅂ 아놔 ㅅㅂ ㅅㅂ 그래 좋아 내가 죽어주면 돼? 원하면 죽어주께 이런 샹! " 느낌의 신경질적이면서도 반항끼 충만한 폭발적인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겟세마네 노래가사를 보면 하나님은 자신의 독자인 예수가 언제 어디서 죽는다는 것만 예언하지 도대체 왜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 주지 않는데 아무리 예수라도 빡치지 않겠슴?

뮤지컬 넘버가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일렉 악기를 사용한 록음악이 베이스라 마이클리 같은 스타일이 수퍼스타 예수로서의 해석이 더 도발적이고 신선하고 오리지날(20대 패기 넘치는 앤드류의 노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또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도 왠지 애절해 보이는 마이클리가 연기하는 예수는 신의 아들이기 보다 인간이었다.


유다 - 한지상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가장 흥미롭고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가 유다였다. 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지저스를 외치는 <마음 속의 천국>을 부르면서 시작한다. 노래 자체도 록음악답게 시원시원했고 이번 유다역 트리플 캐스팅 된 배우님들의 노래를 다 들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한지상님의 쭉쭉 뻗는 노래가 그야말로 최고시다. 흰 색 양복에 페도라를 쓰고 노래하는 모습만 보았는데 실제로 무대에서 보니 배우는 배우. 정말 잘 생기시고 노래도 연기도 최고였다.

우리가 알던 유다는 예수를 팔아 넘긴 배신자로만 알고 있었지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는 달랐다. 오히려 그는 예수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제자(가족, 친구 혹은 연인처럼 느껴질 정도로)이자 하나님의 예언을 충실히 이행한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유다는 죽으려 하는 예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를 유다의 왕으로 혁명가로 남아서 민중을 구하는 사람으로 남길 바랬다. 마지막까지 그의 죽음을 말렸으며 지저스를 외쳤다.

하지만 하나님이 예언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예수가 죽어야 하고 예수는 배신당해 죽어야 할 운명임을 알고 잇었고 배신자 역할을 할 사람이 바로 유다였다.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손으로 죽일 수 밖에 없는 가혹한 운명 ㅠ_ㅠ) 예수를 모른 척 했던 시몬이나 베드로 보다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배신을 하고 예수가 잡혀간 후엔 죄책감으로 괴로워 했던 유다가 인간으로서 이해가 되었던 캐릭터였다.

앤드류 아저씨가 유다 캐릭터 하나는 매력적으로 기똥차게 잘 뽑은 듯 싶다 ㅠㅠb


마른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신랑은 몸 좋다고 하더라는 ㅋㅋ)에 수줍어 하는 외모면서도 신경질적이고 반항끼 넘치는 예수의 마이클리와 까불까불 해 보이지만 비장하고 절실해 보이는 유다 한지상의 상반된 느낌의 두 배우가 묘하게 잘 맞다. 경건하거나 거룩한 익숙한 예수였다면 오히려 유다가 나쁜 놈이 댔을지도 모르는데 까칠한 예수여서 다행인 듯 ㅋㅋㅋㅋ

또 빌라도 역할로 나오신 지현준 배우님의 저음의 목소리가 무척 좋았다. 무게있는 노래는 예수를 죽이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자신이 또 죽여야 하는 고뇌에 휩쌓인 인물을 연기하는데 특히 예수에게 죽지 않으면 안 돼냐고 설득하는 씬에서 연기를 잘 하시더라.

류지킬로 본 <지킬앤하이드>에서의 앙상블은 " 너무하네 ㄱ- 수박! "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별로였는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는 앙상블의 수준이 좋아서 거슬리는 것 없이 매끄럽게 극이 진행되어 주연 배우들도 잘 받쳐주었고 앙상블 자체의 노래나 연기도 볼 만했다. 기독교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보아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오히려 기존의 거룩한 예수의 이미지를 뒤집는 반항적이고 까칠한 예수의 7일간의 탄탄한 스토리로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벌써 끝났나 하는 아쉬움을 남길 정도로 좋았던 이래저래 곱씹어 볼 만한 즐거운 뮤지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