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니모를 찾아서>의 15년만의 후속작으로 나온 픽사의 <도리를 찾아서>는 니모와 함께 산호숲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도리가 갑자기 떠오른 자신의 가족을 찾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험과 니모를 비롯한 매력적인 조연들인 행크, 데스티니, 베일리를 비롯한 바다물개와 수달 등 귀여운 동물친구가 등장하는 가족 오락영화로 영화 시작 전 등장하는 아기새의 영상의 귀여움에 푹 빠져서 더욱 기대되었다.
특히 <주토피아>를 재미있게 봤던터라 <니모를 찾아서>라는 전작을 보지 않더라도 작품의 유명세와 감동적이었다는 평가에 <도리를 찾아서>를 선택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주토피아>가 담은 메세지와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은 있었지만 영화적인 재미에 있어서는 따라가지 못했다.
도리는 특이하게도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물고기로 자신이 한 말을 돌아서면 까먹어 버리는 일종의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긍정적이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물고기이다. 도리의 단기기억상실증으로 반복되는 대사와 장면으로 소위 고구마 먹은 답답함과 느린 스토리 진행이 지루해서 초반 스토리의 흥미와 캐릭터에 몰입되지 않았다.
도리가 가족을 찾게 되는 불현듯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에 의존하여 강박적으로 <캘리포니아 모로베이의 보석> 에 가야해! 라며 아무런 대책없이 니모와 말린과 함께 가족찾기 여행을 시작한다. 캘리포니아 모로베이의 보석에 가야해 라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지만 세뇌시키듯 반복하는 걸 보면서 도리가 편집증이 라도 있는줄 생각될 정도.
영화 시작에 ' 제 가족이 어딨는지 아나요? ' 라며 물어보는 어린 도리의 모습에 동정이 가지 않는건 아니지만 먼 바다를 건너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만큼 아버지이자 어른인 말린이 위험하다며 말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니모의 설득에 말린도 함께 떠나게 되며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들이 그들 앞에 닥치게 된다. 도리가 호기심 많고 활발한 성격의 10대 사춘기의 충동적인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그녀의 무작정 여행을 용감함으로 포장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영화 속 1살 먹은 물고기 캐릭터로 단순화 시키면 이해가능하긴 하다.
본격적인 전개와 재밌어지기 시작하는 부분은 바로 츤데레 문어 <행크>의 등장 이후다. 행크 없었으면 연구소 수조에 갇혀서 스토리가 끝날 뻔 했다. 니모, 말린과 헤어져 바다 생물 연구소로 가게 된 도리는 위장술의 대가(?) 문어 행크를 만나게 된다. 꼬리표가 있어야 아쿠아리움에 가는걸 아는 바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행크는 도리의 가족찾기를 도와준 대가로 도리의 꼬리표를 받기로 거래를 하고 행크 덕분에 도리는 다시 가족을 찾아나서게 된다. 영화 내내 도리가 가족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진정한 조력자.
영화 내내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하는 위장술과 꼬리표를 받기 위해 쫄보이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도리를 도와주는 행크는 겉으로는 꼬리표를 얻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는 듯 해 보이지만 도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해주는 주토피아의 닉을 떠오르게 한다. 중간중간 행크의 위장술 장면과 대해양관을 가는 길의 도리와 행크의 콤비작전, 바다물개와 니모&말린의 예기치 못한 상황들로 인한 웃긴 장면들이 없었다면 지루해서 놓고 말았을 듯. 추가로 수달의 미친 귀여움 패시브 스킬도
도리가 행동만 앞서는 민폐 여주인공이라면 행크가 투덜투덜하면서도 뒷치닥거리와 마무리를 완벽하게 해 주는 그저 선하기만한 다른 조연들과 달리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매력적인 남자주인공격으로 등장한다. 도리가 가족을 절실히 찾고 싶어하며 친구들을 생각하는 다정한 캐릭터지만 돌발적인 도리의 행동으로 인해 스토리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중요할 때 등장하는 도리의 단기기억상실은 가족과의 재회전까지 관객에게 답답함을 던져준다.
아쿠아리움의 생물들에겐 공포인 어린이들의 손에서 도망치기 위해 도리의 용감한 모습을 보고 행크도 용기를 얻어 달아나는 것을 시작으로 도리의 소꿉친구인 데스티니와 그녀의 친구인 베일리 만나고 본격적인 가족찾기의 기억을 찾게 되면서 그나마 도리가 능동적으로 변하면서 재밌어 지겠구나 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도리는 행크에게 ' 바다에 가서 살아야지 ' 라며 설득하는데 적어도 행크가 왜 바다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는지 혹은 바다의 자유로움에 대해 도리가 어떠한 설명도 없이 뜬금없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행크에게 ' 아쿠아리움에 사는 것은 잘못 된 것이야! ' 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또 다른 강요이다. 도리는 가족과 헤어졌지만 너무나 좋은 바다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돌아서면 까먹는 기억력 탓에 나쁜 기억이 없지만 행크는 다르다. 자신의 두려움과 나쁜 기억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서히 극복해 나갈 문제지 비록 호의에 의한 말이라도 다름을 모르는 무지한 오지랖처럼 보였다.
도리, 니모, 말린 세 마리의 물고기들이 함께 모험의 난관을 겪고 가족재회를 하게 되는 것을 예상했지만 도리와 헤어지게 된 니모, 말린은 물개와 바다새 루루를 만나면서 또 다른 모험을 보여준다. 물개와 바다새 덕분에 재미있긴 했지만 니모, 말린이 장난감 수족관에 갇혔을 때 ' 이럴 때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 를 생각하라면서 머뭇거리던 아빠에게 따지던 니모의 방식에는 개인적으로는 물음표. 번역을 이상하게 했나...?
도리의 용감함을 보여주려고 했던것 같지만 그녀의 방식은 여러모로 행운에 따른 결과가 많았고 마치 어린아이가 ' 할 수 있어 ' 라는 근거 없는 믿음과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결정해서 행동하는 방식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우당탕당 이런저런 친구들의 도움과 영화 속 행운을 통해 도리와 만나게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쓸데없는 스토리를 추가한 듯한 느낌.
니모의 성장도 말린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그렇다고 부자간의 정으로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닌 그저 도리 용감함을 찬양하기 위해 넣은 씬 같은 느낌적인 느낌. 용감함이라고 하는 부분이 내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고.
친구라는 이유로 도리를 도와준 데스티니. 물론 데스티니의 위치는 이해가 가지만 베일리는 뜬금없이 본인이 가진 음파능력 때문에 도리를 도와주게 되는데 도리와의 접점 하나 없고 데스티니의 친구라는 이유로 데스티니에겐 도리를 찾으라는 닥달만 듣고 자기 능력을 써서 도리를 도와주고도 정작 도리에겐 고맙다는 말 들어 본 적도 없는 은근 짠내났던 베일리. 도리는 베일리에게 감사하다고 절해라.
단편적인 기억에 의존한 의식의 흐름대로 가족찾기를 떠난 도리지만 모든 것은 조개껍질의 감동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부모의 사랑에 나중에 나도 자식을 낳으면 제니와 찰스같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눈에서 눈물이 찔끔나면서 맘이 찡해졌다. 이걸로 도리와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감동적으로 끝날 줄 알았더니 진정한 클라이막가 남아있었다.
오지라퍼 도리는 아쿠아리움 친구들도 구해야 한다며 또 무턱대고 ' 사실 모든 물고기들은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해 ' 라며 인간에게 있어 위협적인 사고를 치고 (아니 거기 있던 사람들은 무슨죄임.....? 그냥 날벼락 맞은 상황) 물고기 해방으로 끝난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결국 어쩌구 저쩌구 라는 물음표 가득한 방식으로 해결해 버리는 최악의 각본으로 끝나 버렸다.
자본의 디즈니, 기술의 픽사다운 바다 속 풍경과 생물들의 움직임의 영상미와 귀여운 캐릭터들은 충분히 즐거웠다. 하지만 도리가 기억을 잃어버린 설정으로 출발하여 가족찾기 여행에만 집중하면서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점을 친구들의 도움과 용기있고 능동적인 도리의 모습을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가족애를 다룬 감동적인 스토리에 집중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동물 캐릭터들을 입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단편적인 이야기로 엮으니 루즈한 스토리가 이어지고 순간의 웃음과 귀여움을 표현하는 것으로만 그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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