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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Travels

서촌 대오서점 : 이야기가 있는 카페



서촌 대오서점  : 이야기가 있는 카페


서촌에서 통인동 보안여관을 지나 만날 수 있는 대오서점. 대오서점은 서점이지만  책을 팔고 있진 않다.

어떤 책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서촌마을에 100여개가 넘는 동네 서점이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고 대오서점만이 남았다.

유쾌하고 정정해 보이시지만 이제는 80세가 훌쩍 넘은 권오남 할머님이 지키고 있는 대오서점은 사실 언제 문을 닫을지 알 수 없지만

오래된 추억을 나눌 수 있는 대오서점은 우리 부부 첫 휴가인 서촌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였다.



오래된 기와지붕에 60년 넘은 간판을 바꾸지 않은채 오롯이 지키고 있는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대오서점에는

할머님이 늘 앉아 계시는 오래된 의자와 테이블에는 엽서가 놓여있었고 하늘색의 낡은 미닫이 문이 있는 이 작은 카페가

낡고 더러운 것이 아니라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에 들여다 보게 되는 대오서점



시원한 땡모반이 우릴 유혹하네 ~♩



다행히 우리가 간 시간은 사람이 없었던 시간이라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창덕궁을 한참이나 걸어 땀을 뻘뻘 흘리고 다리아 아파올 무렵의 우리 부부에게 시원한 카페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안에 들어가자 에어콘이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려주지만 20년전의 대오서점의 모습과 40년전 할머님의 사진이

60년을 넘은 대오서점에 왔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벽지대신 오래된 한지가 붙여진 벽 한켠에는 국민학교 시절 사용하던 교과서가 걸려 있었다.

국민학교 졸업의 마지막 세대였던 나에게 옛날 교과서는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였다.



서까래가 보이는 천장아래엔 오랜 흑백사진과 움직이진 않지만 오래된 쾌종시계가 오랜 시간을 이 집이 살아왔음을 보여주었다.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나무로 된 앉은뱅이 의자. 좁은 공간에 자연스러운 오래된 의자에 앉아

낡고 닳아빠진 미닫이 창문을 열어 마당을 보는 감성은 대오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추억 자체였다.



지금의 유로화가 되기전의 오래된 각국의 유럽화폐들



땡모반인 수박슬러쉬와 신랑이 주문한 유자??? 이름을 잊어버렸다 ;) 두 음료가 대오서점의 대표메뉴

대오서점이라고 찍힌 자그마한 나무상자에 담겨서 음료와 함께 달고나 제공된다



어릴때 자주 먹던 건 아니었지만 엄마 몰래 한 번 만들어 보다가 사고쳤던 기억이 있는 달고나

니들이 달고나 맛을 알아? 



방문을 열고 오른쪽으로 나가면 자그마한 마루가 있는데 이곳은 드라마 <상어>의 촬영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예쁜 장면이었을 것 같다



툇마루 옆엔 예전에 할아버지가 만든 사다리와 의자가 있고

많은 책이 보관되어 있는 이곳은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표지가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다.



신랑이 밑에서 아이유 포토 스팟에서 찍어준 사진... 아 저 동글동글한 볼살은 어쩔꼬....?



안으로 들어가면 퀘퀘묵은 오랜 책냄새와 나무 냄새가 나는 창고에 많은 낡은 책장에

누렇게 때가 타 버린 책들이 노끈에 묶여 보관되어 있다.

한자로 씌여진 옛날 책들은 낡고 냄새나지만 지금은 볼 수 없는 귀한 것들이라 눈에 많이 담아 두고 왔다.



맞은편에 있는 두 번째 아이유 포토 핫스팟에서 나름 포즈 잡으며 찍어본 사진



장독대와 사과모양 장식을 붙인 스티로폼 상자를 화분삼아 만든 작은 화단,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 내가 어릴때만 하더라도 동네 주택에 저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책장이 있는 툇마루가 있는 작은 방과 예전에 다락방과 부엌으로 쓰이던 곳은

할아버지의 인형과 통기타와 디지털 건반에 오래된 레코드판, 난로가 있는 작은 음악실로 바뀌었다.

난로가 켜진 다락방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눈이 오는 겨울에 꼭 한 번 더 와보고 싶다.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대오서점이 사라지지 않고 이 자리를 늘 지키고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